북한이 지난 24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29일 국방부는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앞선 화성-17형 시험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미사일 기종을 속여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가 해당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판단한 근거는 비행 특성과 그림자, 기상, 기술적 요소, 한·미 평가 등 5가지다.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 ‘정찰위성 시험’이란 명분으로 사거리를 줄여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 지난 16일에도 화성-17형을 쏘아 올렸지만, 발사 직후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8일 뒤인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한 북한은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가속도, 연소·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탐지된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국방위에 보고했다. 또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영상에 나온 그림자 방향을 분석한 결과, 영상 속 김 위원장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생겨 오전 8~10시로 추정되지만 실제 발사 시간은 오후였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아울러 발사 당시 순안 일대는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는데, 북측이 공개한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로 실제 발사 때 기상 상황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전에 찍어둔 영상을 짜깁기해 화성-17형 발사가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북한이 ICBM 발사 실패 후 8일 만에 재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화성-17형은 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미 공조 회의에서 미국 측도 우리 측의 분석 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며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인 미국 측도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화성-15형을 화성-17형으로 속여 선전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지난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2017년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미와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하고, 군사 강국 지위를 확보해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향후 화성-17형을 다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방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