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피해자라고 해서 폭력으로 복수하는 것이 정당한가.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원작을 시리즈로 만든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이 앞으로 시청자에게 던질 질문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 25일까지 4회가 방영되면서 극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년 전 과거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경민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피의 복수를 시작했다. 연쇄살인범이 된 경민의 뒤를 쫓는 형사 종석은 경민의 친구이자 같은 학폭 피해자다. 경민이 만난 학폭 가해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추억’으로 미화하고 있었다. 극 초반부는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경민의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극본을 집필한 탁재영 작가는 드라마의 취지가 단지 복수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탁 작가는 29일 연 감독과 함께 화상으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학폭 피해자가 자기를 괴롭혔던 가해자에게 복수하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연민, 카타르시스로 초반부를 시작했다면 5~6회부터는 학폭 피해자인 경민이 행동하는 사적인 복수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도덕적 딜레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2011년 공개 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 감독은 학폭에 대해 “한국에서는 학교라는 한 커뮤니티에 올인하는 구조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여러 가지 다른 성격 커뮤니티에 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될 수 있으면 여러 커뮤니티에 속하면서 한 곳에서 받는 상처를 다른 곳에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극의 중후반부에선 학교를 벗어나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폭력을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탁 작가는 “폭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 세상은 왜 강자와 약자로 나뉘고 폭력이 왜 존재하는지 큰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연 감독은 감탄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동욱 배우는 처단자로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행동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김성규 배우는 그의 연기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