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리려면 몸 사진 보내라”…신종 보이스피싱 협박

입력 2022-03-29 17:30

지난 23일 오전 11시 50분 박가영(가명·22)씨의 휴대전화에 ‘엄마’로 저장된 이름이 떴다. 전화를 받자마자 한 여성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엄마 지금 납치됐어”라며 울먹였다. 이어 전화를 바꿔 받은 남성은 “우리는 장기 밀매 조직이다. 엄마를 납치했다”며 “엄마를 살리고 싶으면 3000만원을 보내거나 너의 알몸 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순간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그러자 남성은 “지금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하나 보냈으니 확인해보라”며 사진을 보냈다. 체크무늬 머플러와 피 묻은 휴지 사진이 전송됐는데 공교롭게도 박씨 엄마가 즐겨 착용하던 머플러와 흡사했다. 진짜라고 믿은 박씨가 “엄마가 맞다면 얼굴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남성은 “사진까지 찍으라고 시키냐”며 “알몸 사진이 없으면 당장 찍어서라도 보내라”고 소리를 높였다. “전화를 끊으면 엄마를 죽이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이 남성은 박씨에게 추가 사진을 한 장 더 전송했다. 하지만 박씨는 사진 속 인물의 손바닥을 보고 엄마의 손이 아닌 것을 알아차렸다. 다행히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엄마는 안전한 상황이었다. 박씨는 엄마에게 협박 전화를 받은 사실을 알렸다.

박씨 모녀는 곧바로 경찰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사실을 알렸고,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서울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보통 납치됐다고 속인 뒤 돈을 요구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인데 알몸 사진을 요구하는 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수법인 듯 보인다”며 “알몸 사진을 받고 난 이후 협박을 해서 추가적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판 백재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