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 연행’ 표현이 삭제되고 ‘동원·징용’ 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군 위안부’ 표현도 ‘위안부’로 수정됐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취지의 설명이 강화됐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교과서 표현도 검정을 통과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로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9일 열린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고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239종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역사 분야 교과서 14종에서는 일부 교과서의 신청본에 있었던 ‘강제 연행’ 표현이 검정 과정에서 ‘동원’이나 ‘징용’으로 수정됐다. 당초 일부 교과서에는 ‘조선과 중국에서 노동자를 강제로 연행했다’ ‘관의 알선에 의한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등의 표현이 있었지만 ‘강제적으로 연행’이라는 표현은 ‘징용‧동원됐다’로 변경됐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내각 때인 지난해 4월 27일 각의(국무회의 격)에서는 ‘강제 연행’이나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고 ‘징용’이나 ‘위안부’로 쓰는 게 적절하다는 정부 입장이 채택됐었다. 이에 따라 출판사가 검정 통과를 위해 교과서를 수정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이전 검정을 통과했던 교과서도 표현을 수정한 바 있다.
일본 교과서중 일본군 위안부에 일본군이 관여했고 강제적 동원이었다는 점을 모두 설명한 교과서는 일본사·세계사 탐구 14종 중 짓쿄출판의 일본사탐구 1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일본군 관여 및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 두 가지 중 한 쪽만 서술하거나 모호하게 기술했다. 교과서 5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았다.
또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에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12종 중 8종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외교부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허황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 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떤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과거사 관련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