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가 노년기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 모임 빈도 감소로 60세 이상의 우울증 위험이 배 가량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울증 병력이 없던 노년층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대유행 이전보다 2.4배 높았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을 받아 2009년부터 전국 60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관한 전향적 연구(KLOSCAD)’ 일환으로 이뤄졌다.
2016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2년 간격으로 이뤄진 기저 및 추적 평가에 응답한 2308명이 대상이다.
연령, 성별, 거주 형태, 경제적 수준, 생활습관, 사회활동 빈도, 만성질환 등 위험인자가 노년기 우울증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체 노년기 우울증 위험은 대유행 전보다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던 노인의 경우에도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2.4배 증가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지역사회 노인들의 사교 및 종교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러한 활동 빈도는 대유행 이후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에는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모임 빈도가 주 1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노인들의 경우, 주 1시간 이상 가족모임을 유지하는 노인들에 비해 대유행 이후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대종 교수는 29일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노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족 간 교류가 감소한 것이 팬데믹 시대에 노년기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주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되면서 정신건강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 체계 강화와 함께 심리 지원을 보다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