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 뺨 때린 록에게 하루 만에 사과 “변명 여지 없어”

입력 2022-03-29 10:42 수정 2022-03-29 13:06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배우 윌 스미스. EPA연합뉴스

배우 윌 스미스가 2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지 하루 만에 폭행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서 록을 언급하며 “크리스 당신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내가 선을 넘었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전날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시상자인 코미디언 록이 탈모 증상을 앓는 자신의 아내를 놀리는 농담을 하자 갑자기 무대에 올라 록의 뺨을 후려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이후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주최 측과 참석자에게 사건을 일으킨 데만 사과했다. 이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미국 시청자만 1536만명으로 집계됐다.

배우 윌 스미스가 폭행 피해자 크리스 록에게 한 공개 사과. 인스타그램 캡처.

스미스는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독성이 강하고 파괴적이다.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나를 향한 농담을 받아들이는 건 내 직업의 일부지만, 제이다(부인)의 질환을 두고 농담한 것은 나로서는 심하다고 생각해 감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스스로 부끄러웠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과 친절이 가득한 세상에 폭력이 있을 곳은 없다”며 “제작자와 모든 참석자, 전 세계에서 지켜보던 시청자께도 사과한다”고 했다. 또 윌리엄스 가족과 영화 ‘킹 리차드’ 제작팀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를 테니스 여제로 길러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 역할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윌 스미스. AP연합뉴스

스미스는 “내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울 수 있었던 여정을 망쳤다. 깊이 후회한다”며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I am a work in progress)”고 말했다.

이번 폭행 사건과 관련해 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8일 이를 규탄하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AMPAS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아카데미는 어젯밤 쇼에서 스미스의 행동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내규와 행동규범,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AMPAS는 시상식 종료 직후 SNS를 통해 “아카데미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짧은 입장만 발표했었다.

스미스의 폭행 이후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코미디언 겸 감독 저드 애퍼타우는 “자기도취증이자 절제력을 상실한 폭력”이라며 “록은 죽을 수도 있었다. 스미스가 미쳤다”고 말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스미스의 해명에도 비난은 이어졌다. 에미상 수상 경력의 댄 부카틴스키는 “스미스가 눈물과 함께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폭행을 정당화했다”며 “그가 하지 않은 한 가지는 록에게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뒤풀이 행사에서 춤을 추는 윌 스미스. 트위터 동영상 캡처

스미스는 폭행 사건 이후 연예매체 배니티페어가 주최한 오스카 뒤풀이 행사를 가족들과 참석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키웠다.

스미스는 행사에서 ‘서머타임’ ‘마이애미’ 등 자신이 부른 1990년대 히트곡이 울려 퍼지자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흥겹게 랩을 하며 춤췄다. 스미스는 기자에게 “아름다운 밤이었다”고 말하고, 파티장을 떠나 차에 오르기 전에는 취재진을 향해 트로피를 공중에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스미스가 뒤풀이 행사에서 오스카 폭행 사건을 후회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