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갈라치기’ 지적에 “장애인·여성 성역화 안 돼”

입력 2022-03-29 10:24 수정 2022-03-29 13:1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만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대표는 여성을 혐오하십니까.”(진행자)
“전혀 아니죠. 장애인·여성을 성역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 삼았다’고 한 발언에 비판이 일자 “사회 담론 형성을 위해서는 장애인이나 여성 등 소수자를 성역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휠체어로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직장인의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모’ 비판, 대한민국에 할 수 있는 말 없다”
이 대표는 이날 전장연 시위를 가리켜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이라고 했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적극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내용에 대해 책잡을 게 없으면 보통 ‘어떻게 여성·장애인에 대해서 (저렇게) 얘기할 수 있어’ 이렇게 간다”며 “일종의 성역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4차례 벌여왔다. 이한결 기자

논란이 된 ‘볼모’ 표현에 대해서는 “볼모 삼아서 시위하지 말라는 표현은 관용적인 것인데 무슨 문제냐”며 반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라며 “그 표현까지 문제 삼으면 대한민국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회 담론을 저같이 다루게 하려면 그런 성역이나 용어에 대한 지적 같은 게 나오면 안 된다”며 “제가 그렇게 막말하는 타입이면 방송을 10년 넘게 했겠느냐. 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 한 번도 안 받아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시위 방식이 문제… 김예지 의원, 저 대신 사과할 수 없어”
이 대표는 또 “저는 이분들이 피켓 들고 시위하거나 지하철 탑승해서 단순히 이동한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적이 없다”며 “이분들이 시위하는 방식이 서울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정지, 출입문을 닫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아무리 타라 그래도 타지도 않고 그냥 출입문 가운데 세워가지고 문을 닫지도 못하게 하고 30분씩 가만히 계시면서 시위하는 건데 이건 도대체 시위의 대상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통 권력자에 대한 시위를 하면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에게 각성을 촉구하거나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한테 각성을 촉구하거나 하는 게 시위의 보통 방식”이라며 “3호선, 4호선 타는 출퇴근하는 서울시민이 왜 이렇게 투쟁의 대상이 돼야 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 및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진행자가 ‘지하철에서 시위하지 말고 청와대나 국회 등으로 장소를 바꾸라는 취지냐’고 묻자 이 대표는 “지하철 타는 시위도 괜찮다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전장연의 현재 시위 방식에 국한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 앞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30분 동안 이동하지 못하면 서울 지하철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있어서 (다른 호선까지) 쭉 밀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주말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굉장히 이슈화가 된 다음 어제 시위를 했는데, (전과 달리) 그냥 타고 가셨다”며 “결국 전장연도 시민들의 비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사과한 것을 두고 진행자가 ‘이 대표 대신 사과한 걸로 봐야 되지 않느냐’고 하자 이 대표는 “대신 사과할 수는 없다. 김 의원은 제 대변인이나 비서실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다만 우리 국민의힘 의원 개인의 독립 행동으로 당연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며 김 의원 행동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도 전장연이라는 단체의 시위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볼모라는 표현 때문에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며 “볼모라는 표현은 전혀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민 안전을 볼모 삼지 마라’는 건 어떤 단체든 시위하면서 다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