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 사과’를 했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이준석 대표를 향해 “그분이 내용을 몰라서 그러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명보다는 본인이 자각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김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나 장애인 이동권 등에 대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예지 “장애인 이동권 투쟁, 40년 가까이 됐다”
김 의원은 이 대표와 전장연 시위를 두고 대화를 한 적은 없다면서 “지금 행보는 당대표에 반해서 하는 게 아니다”며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누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독립적인 저의 행보다”고 밝혔다.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의 김 의원은 전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캠페인을 앞두고 무릎을 꿇은 채 사과했다. 그는 장애인단체에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고 했고, 시민들을 향해서도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는 최근 이 대표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공개석상과 페이스북 등에서 전장연 시위를 맹비난한 데 대한 사과였다.
김 의원은 인터뷰에서 ‘무릎 사과’를 한 배경에 대해 “저는 국회의원 이전에 장애인 당사자인 국회의원”이라며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고 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사망이나 중상을 입는 등 사고가 있어서 여러 군데에서 보도가 되면 그때서야 달려가 관심을 가지는 정치권의 패턴들을 국회 들어오기 전부터 문제라고 여겼다”며 “장애계를 세심히 챙기지 못한 사과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제대로 책임지지 못해 시민들이 출근시간에 불편함을 겪은 것에 대해 당연히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25일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게 의아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그런데 이건 장애인 활동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고 반박하며 “1984년에 김순석 열사가 길에, 차도나 길에 턱을 없애 달라며 이것 때문에 움직일 수 없고 이동에 제약을 받는다며 본인의 목숨을 내놓았던 역사가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도 지금에야 그런 논란, 그런 어떤 단어의 부적절한 선택으로 인해서 (관심을 받게 됐다)”라며 “어떻게 보면 고마운 일”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동권·권리 예산 함께 봐야”…尹당선인 향한 당부도
김 의원은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통해 주장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낱개로 구분해서 보면 안 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이동이 가능해야 교육이 가능하고 교육이 가능해야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며 “일자리를 가져야 국민으로서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김 의원은 “이동이라 하면 사실 국민이면 누구나 걱정 없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려야 되는 헌법이 정한 권리”라며 “(장애인단체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이동권이 기본이 되어야 교육권, 노동권들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올해는 제6차 장애인 종합계획이 수립되는 해이다. 중요한 사안으로 이동권도 포함돼 있다”며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세운 장애인 공약 중 제1공약도 이동권 확대였다. 이를 국정과제로 가져가기 위해 로드맵 설정을 약속하고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