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예산 3대 키워드…‘안보·인플레이션·공급망’

입력 2022-03-29 04:35 수정 2022-03-29 07:45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8일(현지시간) 5조8000억 달러(약 7100조 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안보 위기 대응, 국내 제조업 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망 압박 대응, 재정 적자 감소를 통한 인플레이션 대응 3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날 발표한 예산은 국내 및 전 세계의 안전과 안보, 더 나은 미국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투자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국·러시아·북한 위협 대응 국방 예산 증액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 예산에 8000억 달러(약 979조 원) 이상을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국방 예산 증액이 이뤄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국방 예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예산 10억 달러, 유럽 방위구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 등 관련 예산 69억 달러 등도 포함됐다.

국가안보 예산 중 국방부 예산이 7730억 달러로 전년보다 8.1% 증액됐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번 예산은 국가 방위 전략과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며 “러시아를 포함해 북한과 이란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한 억지 태세 유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캐슬린 힉스 국방 부장관도 “방어 전략은 우리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이자 당면한 도전인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시급히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며 “우리는 북한과 이란을 비롯해 극단주의 단체 등이 일으키는 지속적인 위협도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핵무기 근대화와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이 1301억 달러로 전년보다 156억 달러 늘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방어하기 위해 조기 배치 필요성이 거론되는 차세대 요격 미사일 등 예산으로 26억 달러,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예산으로는 3억3500만 달러가 각각 배정됐다.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에는 괌 미사일방어 기지 관리를 포함해 훈련비 등으로 61억 달러가 책정됐다.

NYT는 “3대 핵전력인 장거리폭격기,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국가 무기 프로그램 강화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제조업 등 국내 투자에 1조60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7%나 증액된 금액이다.

퇴역 군인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 등을 관장하는 보훈부에 대해 현재 수준보다 32% 증가한 1190억 달러가 배정됐다. 국내 범죄 퇴치 예산에도 300억 달러를 배정했다. 보건복지부의 전염병 및 기타 생물학적 위협 대비 예산으로 82억 달러,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및 기후 회복력 관련 예산 210억 달러도 들어갔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재정 건전성 강조
백악관은 특히 국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정적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예산은 지난해(6조100억 달러)보다 2100억 달러 줄었다.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 신설 등을 통해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억만장자세는 자산 가치가 1억 달러 이상인 미국인에 대해 미실현 자본 이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20%의 최소 세금을 부과하는 부자 증세다. 부자 증세 등으로 거둬들인 세금 상당수는 사회복지 예산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사용된다.

백악관은 미국 재정 적자가 2021년 미국 전체 경제의 약 12.4%에서 2032년 약 4.8%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물려받은 재정 난장판을 정리하는 진정한 진전”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적자’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산안 초점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의 국가 적자를 줄이는 것을 포함해 미래 차입을 억제하는 데 있다”며 “지난해 백악관 예산은 10년에 걸쳐 약 1조 4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증가시키지만, 올해 예산을 적용하면 2029년 이후 연간 적자를 1000억 달러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예산에는 바이든 대통령 역점 사업인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 예산도 빠졌다. 미 행정부는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더 나은 재건 법안을 뺐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진보정책연구소의 벤 리츠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에서 적자 감소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걱정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국내 의제를 재구성한 것을 예산에 반영했다”며 “정치적 현실에 굴복해 중도 예산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