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공식화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청와대 내부를 소개해 이목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28일 만찬 시작에 앞서 하차 장소까지 직접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윤 당선인이 도착하자 문 대통령은 함께 잔디밭인 녹지원을 가로질러 만찬 장소인 상춘재로 향하면서 청와대 곳곳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풀어놨다.
특히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한층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를 떠나겠다고 공언한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이 청와대 시설을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 대통령은 이동 도중 먼 곳을 가리키며 “이 너머에 헬기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 벙커나 헬기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었다는 점에서 이런 발언은 한층 주목됐다.
또 녹지원을 걷는 도중 문 대통령은 “여기가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집무실 이전 계획을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하면서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이 언급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꺼낸 것이다.
만찬 장소인 상춘재에 도착해서도 문 대통령의 설명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가리켜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에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했다. 이어 ‘常春齋’(상춘재)라고 적혀있는 현판을 보여주며 “아마 항상 봄과 같이 국민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라고 뜻풀이를 전했다.
또 상춘재 옆에 피어 있는 매화를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면서 상춘재를 둘러싼 식물들에 대한 소개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이 옆의 나무를 보며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산수유나무입니다”라고 해설했다.
문 대통령의 설명대로 이 상춘재는 그간 여러 인사가 거쳐 간 상징적인 장소다.
2019년 6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곳에서 문 대통령과 ‘궁중 수라상’ 메뉴로 1시간 동안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로 그다음 날 판문점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상 첫 남북미 정상 만남을 가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과 격돌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 역시 대선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해 10월 상춘재를 찾아 문 대통령과 차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사가 “지난 대선(2017년 대선)에서 제가 모질게 했던 것 사과드린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답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