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간 韓 의용군 “히어로 판타지물 아냐… 오지 마라”

입력 2022-03-29 04:24 수정 2022-03-29 09:40
KBS 화면 캡처

“히어로 판타지물 그런 게 아니다. 팔다리가 날아가고 살점이 태워진다. 비극 그 자체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한국 청년 2명이 28일 밤 보도된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고 개인 판단으로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KBS는 “이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어떤 생각으로 전쟁에 참여했는지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직접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울러 이 청년들이 제공한 사진의 GPS 위치값을 통해 인터뷰 당시 이들이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는데, 알려진 것보다 한국인 의용군이 많다”며 “어떤 장교는 40명이라고 했었고, 또 의용군 모집관한테 따로 얘기해봤는데 ‘20명 정도 된다’란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인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복면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보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러시아군이 쏜 30발의 미사일에 폴란드 인근 야보리우 훈련소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자신들도 그 장소에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미사일 폭발 후) 파편으로 팔 쪽 부근을 맞았었는데, 같은 소대 친구인 폴란드 친구가 업어주면서 ‘정신 차려라’ 하면서 살려줬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B씨는 “히어로 판타지물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팔 날아가고 다리 날아가고 살점 다 태워지고, 정말 비극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며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로 입국하는 건, 저는 안 오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의용군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묻자 B씨는 “일반 시민들과 어린아이들 죽고 다치는 걸 그냥 마냥 보고 있기만은 힘들어서 지원하게 됐다”며 “진심인 만큼 과도한 비난은 멈춰 달라”고 했다.

또 A씨는 “어머니, 아버지 걱정 끼쳐서 죄송하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라며 한국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들은 “빨리 우크라이나에서 나가라”는 취재진 권유에는 “전쟁이 끝나면 귀국하겠다”며 거절했다.

앞서 정부는 국제의용군 참가 등의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무단 입국한 사람은 9명이며, 6명은 여전히 현지 체류 중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