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만찬 회동에서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과 추가경정예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내는 대신 의견을 나누는 데 주력했다.
두 사람의 회동이 대선 19일 만에 성사된 만큼 한번의 만남으로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한 결론을 내기보다는 추후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3분 청와대 상춘재에 마련된 만찬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고,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정당 간에 경쟁을 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가겠다”며 “초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많이) 돕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만찬 도중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계획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국무회의 예비비 상정 여부와 이전 시점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인사권 문제도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추경의 필요성엔 두 분이 공감했지만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안 했다”며 “인사 문제에 대해선 이철희 정무수석과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동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정부부처 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대화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양측이 의제 없이 만나기로 합의했고, 첫 회동이기 때문에 민감한 내용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쯤 청와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이 위치한 여민1관 앞에서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잘 계시죠”라며 안부를 묻고 “이쪽 어디에서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녹지원을 가로질러 상춘재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가 우리(청와대) 최고의 정원이고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라며 청와대 내부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매화꽃이 폈다”며 상춘재 근처 나무를 가리키자 윤 당선인은 “정말 아름답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常春齋)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만찬에 대해 “두 분이 흉금을 털어놓고 과거 인연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다. 두 분의 의견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 ‘토리’로 같은 것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만찬에선 화합의 의미를 담은 봄나물 비빔밥과 레드와인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 후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기를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답했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