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전쟁이라 못 불러”…러 ‘독립언론’의 고군분투

입력 2022-03-29 02:05
러시아 독립언론 TV레인(Dozhd TV)의 에카테리나 코트리카제 특파원과 티콘 치야드코 편집장이 CNN과 인터뷰하고 있다. CNN 영상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보도를 통제하는 등 자국 내 언론 탄압을 이어가자 아예 나라 밖으로 피신해 보도를 이어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 TV레인(Dozhd TV)의 티콘 치야드코 편집장과 예카테리나 코트리카제 특파원은 2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러시아 인근의 조지아로 피신해있다”며 “진실 보도를 결코 단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TV레인은 러시아 정부가 제정한 ‘가짜뉴스법’에 따라 러시아 내에서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국내 방송을 중단했다. 부부인 치야드코 편집장과 코트리카제 특파원은 대신 러시아 밖으로 피신해 이스탄불을 거쳐 조지아에서 보도를 하고 있다. 코트리카제는 “러시아에서 전쟁을 전쟁이라 부르면 15년형을 받게 된다”며 “기자는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칭하며 ‘네오 나치’들로부터 억압받는 러시아인을 구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군사 작전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고 15년형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짜뉴스법’을 지난 4일 통과시켰다.

실제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방송사 도쉬트(Doschd)와 라디오 채널 모스크바 에코(Ekho Moskvy)의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내에서 이미 네 명의 기자가 죽임을 당했고 더 많은 기자가 부상을 입거나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안 통과 직후 BBC 등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 내의 언론 활동을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외로 피신한 TV레인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코트리카제는 “러시아 정부의 탄압은 점차 심해지고 있지만, 많은 러시아인이 TV레인의 생방송을 보고 있다”고 밝히며 “러시아 국민이 자국 내 선전 매체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러시아인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진상을 알고 있다”며 “이들이 SNS 등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몹시 놀라기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이 없다는 러시아 정부 등 일각의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12년간 우리를 지지해준 많은 시민이 있다”며 “우리는 그 독자들에게 커다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진실 보도를 향한 각오를 다졌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