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 속도 내는 검찰 수사, 왜 지금일까

입력 2022-03-28 18:46
검찰이 28일 급식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고발된 삼성전자와 삼성 웰스토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전경. 연합뉴스

“압수수색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참 빠르네’라고 제가 표현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8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이처럼 말했다.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당시 부당한 인사압력이 있었는지를 복원하려는 이 수사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고발 3년 2개월 만인 지난 25일 첫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교체 이후 벌어지는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내놨었다.

검찰사무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이 남긴 말은 강제수사 착수 시기가 미묘하다는 뉘앙스로 전달됐다. 검찰이 설명하는 것 이상의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로도 풀이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발 시기를 고려하면 ‘빠르다’는 말은 대선 이후 신속하게도 움직인다는 지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슷한 인사 압력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법리 판단을 기다렸다고 설명한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박 장관의 발언 직후 서울중앙지검의 삼성웰스토리 사건 압수수색, 서울동부지검의 산업부 산하 발전 4개 본사 추가 압수수색 소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가 삼성전자·웰스토리 등의 압수수색에 나선 일은 검찰이 의심하는 의혹 정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는 해석에 불을 지폈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 등과 관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기록도 확보했으며, 사건 관계인들에게 경영권 승계 정황을 물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의 웰스토리 부당 지원 행위를 고발했지만 대선 이후 첫 대기업 압수수색에 대한 관심은 사건 혐의보다 수사 배경에 쏠렸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서 많은 잡음으로 비판을 받은 서울중앙지검이 1위 기업을 상대로 반전을 꾀한다는 말마저 나돌았다. 검찰도 이러한 시각을 인식한 듯 이례적으로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했다”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고발된 혐의에 대해 엄정하고 치우침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쪽에서는 연이은 강제수사 배경에 검찰의 ‘정무적 판단’이 있다고 해석한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코드를 맞추려 한다거나,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움직임에 맞서는 모습이라는 얘기 등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서 수사 여건이 조성됐으며, 대대적 검찰 인사를 앞둔 각 검찰청의 개별적 미제 해결 움직임으로 봐야 합당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고발 사건 정리를 위해서라도 시간이 더 지체 되기 전에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재계나 정치권은 수사 배경을 엮어 보려 하겠지만, 지금의 수사들이 인사 혜택 따위를 염두에 두고 벌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