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으로 하나님을 말한다? 자유의지와 과학신학

입력 2022-03-28 17:35 수정 2022-03-28 17:38
장재호 감신대 종교철학 교수. 사진=감신대 제공

상대방을 죽여야 본인이 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하나님을 말한다?

남을 죽이고 감사 기도를 드리는 오징어 게임 속 가짜 목사의 모습에 ‘반기독교다!’라며 분개하는 건 너무 단순하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드라마 속에 드러난 인간의 자유의지와 예정론, 그리고 드라마 전체를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는 도구로 볼 수는 없는지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감리교신학대는 28일 M+ 미디어 센터에서 ‘2022 감신 교수학술포럼’을 열었다.

교수학술포럼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당면 이슈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열렸으며, 매달 마지막 주 교수의 논문 발표와 목회자 및 신학생 패널의 질의응답 등을 곁들여 진행된다. 첫 회의 주인공은 장재호 종교철학 교수로 논문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신학적 고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장 교수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즉물적 반응을 넘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해하는 도구로 삼자고 제안했다. 기독교인은 큰 틀 안에서 미리 정해져 있다는 예정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매 순간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설명한다. 게임의 설계자 오일남과 우승자 성기훈을 대비시키며 성기훈이 우승상금을 쓰지 않고 노숙인을 돕는 걸 암시하는 결론을 통해 결정론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봤다. 드라마에 대한 표피적 비판을 넘어 신학과 현실을 묶어내는 시도로써 소중한 생각거리를 던졌다는 평이 나왔다.
사진=감신 교수학술포럼 유튜브

다음은 감신대가 준비한 장재호 교수의 논문 발표 자료 발췌문.

첫 논문 발표자는 종교철학과의 장재호 교수이며, 발표 주제는 21년도 「신학과 세계」 겨울호에 게재한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신학적 고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중심으로”이다. 장재호 교수는 영국 에딘버러대학교에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다루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의 <과학과 종교 포럼>에서 피콕 상(2015)을, <과학과 신학 유럽학회>에서 ESSSAT 논문상(2018)을 수상했다. 《Are We Special? Human Uniqueness in Science and Theology》(Springer, 2017)를 공저했고, 《창조의 본성》(2016)과 《과학시대의 신앙》(2021)을 번역했으며, 2019년부터 감신대 종교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재호 교수의 발표 논문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존재하는지의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는 신학 전통에서 중요한 주제였으며, 동시에 현대 과학의 주요 이슈이기도 하다. 신학에서의 자유의지는 구원론의 관점에서 예정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등장했고, 과학철학에서 자유의지는 뉴턴역학 이래 자연을 물리법칙에 의한 결정론적 작용으로 이해하는 상황 속에서 논의되지만, 둘 다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신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모두 난제였던 자유의지의 문제를 발표자는 얼마 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흥행의 요소를 넘어, 여러 신학적·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는데, 특히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발표자는 오징어 게임을 중심으로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신학적 담론을 제기한다. 먼저 자유의지와 예정론에 대한 신학적 논쟁을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어서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대한 과학철학적 논쟁을 살펴본다. 고전물리학에서는 한순간의 물리량을 알게 되면, 다음 순간의 물리량을 알 수 있게 되므로, 물리 법칙들은 결정론적이라고 본다. 뇌과학도 인간의 모든 선택을 뇌의 작용으로 단순화시켜 설명하고자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결정론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적 논의에 이어서, 자유의지에 대한 신학적, 과학철학적 논쟁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적용해 보고, 이를 과학신학적으로 분석해 본다.
본 발표는 수많은 학자가 계속 논의했던 자유의지 논쟁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논쟁이 오징어 게임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자유의지가 존재함을 우리의 삶과 연관을 지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신학과 과학에 모순되지 않게 고찰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 결정론적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 그리고 예정론적 사상이 지배하는 기독교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발표자는 첫째로,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지만, 그 결정을 모두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한 인간 입장에서는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로, 자유의지에 대한 정의를 세분화함으로써 자유의지를 논증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로,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는 분이시지만, 미래는 정의상 불확정성(비결정성)을 특징으로 갖기에, 하나님은 열려있는 모든 가능성을 아신다고 이해 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발표자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신학이 말하는 예정론적 세계와 고전 물리학이 말하는 결정론적 세계 가운데서 여전히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