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바스 지역 러시아에 내주고 종전?…한 발 물러선 젤렌스키

입력 2022-03-28 16:36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함께 동부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 지위 등을 러시아와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친서방 정권 교체 요구를 고수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언론인들과 줌으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일환으로 중립국 지위 채택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이 협정을 제3자가 보장하고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민투표에 앞서서는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군대가 있으면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며 “점령당한 국가에서 나온 결과는 모두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안전보장과 중립, 비핵화를 위해 갈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농담’으로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장악한 모든 영토를 (우리가) 무력으로 탈환하려는 시도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2014년부터 친러시아 세력이 통제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타협’에 도달하길 원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 문제는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는 “나는 이웃 민족의 언어 존중에 관한 협정에 관심이 있고 모든 이웃국가와 서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9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러시아어로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 사용자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 사용 도시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건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나 ‘탈나치화’(친서방 정부 해산)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부했다. 그는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이 비무장화나 탈나치화라면 우리는 결코 테이블에 앉지 않을 것”이라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갈등을 장기화하고 있다며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나와 만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측 협상단은 이번주 터키 이스탄불에서 5차 회담을 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오는 28~30일을, 러시아 측은 29일을 협상 시작일로 제시했다.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한 자국 매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인터뷰를 보도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