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해범’ 김병찬(36)의 피해자 유족이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피해자 A씨의 아버지 B씨와 어머니 C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 심리로 열린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보복살인 등의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형을 선고한다고 해도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B씨는 호소문을 꺼내 “얼마 전 딸의 생일이었는데, 저 살인마가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해서 평생 감옥에서 참회하며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담담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그러다 “(김씨를) 죽일 방법이 무엇일까 매일 생각하며 준비한 도구가 고작 이 종잇조각”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가정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저희도 저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숨만 쉬고 있을 뿐 산목숨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으로부터 용서를 구한다는 취지의 연락조차 온 적이 없다”며 거듭 엄벌을 탄원했다.
함께 증인석에 앉아있던 어머니 C씨도 발을 구르며 오열했다. C씨는 ‘평소 딸은 어떤 자녀였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오늘도 죽은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왔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가슴에도 묻히지 않는다”며 “가끔 딸이 죽은 줄 모르고 중매가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은 김씨를 향해 “내 딸이 뭘 잘못했냐”고 소리치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A씨의 부모 외에도 고인의 여동생, 친척 등이 방청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울먹였다. 심리 내내 유족이 흐느끼는 소리가 법정을 가득 메웠다.
긴 시간 유족들의 호소를 들은 재판부는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건강 잘 추스르시기를 바란다”며 위로를 건넸다.
이날 수의를 입고 출석한 김씨는 유족들이 증언하는 내내 피고인석에서 두 눈을 감고 동요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씨는 김씨를 스토킹 범죄로 네 차례 신고했다.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조치를 받은 상태였고, A씨는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다.
김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A씨를 찾아가 살해했고, 이후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16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범행 전날 흉기를 구매한 점, 휴대전화 등 디지털포렌식 결과 범행 도구나 방법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을 근거로 그에게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의 세 번째 공판은 다음 달 11일 진행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