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에 포착된 우크라인 강제 이주현장

입력 2022-03-28 16:27 수정 2022-03-28 16:29
미국 위성 통신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22일 찍은 러시아의 베지멘 캠프. 마리우폴 동쪽 베지멘에 위치한 이 캠프 인도적 대피를 위해 러시아가 만든 임시 수용소지만, 실상은 피란민들의 러시아 강제 이주를 위한 거점으로 알려졌다. 출처 맥사 테크놀로지

러시아가 마리우폴 인근에 인도적 대피 명목으로 만든 임시 수용소가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위성 통신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22일 찍은 러시아의 베지멘 캠프 위성사진을 게재했다. 마리우폴 동쪽 베지멘에 위치한 해당 캠프는 약 5000명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베지멘 캠프를 거쳐 러시아의 먼 곳으로 강제 이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를 ‘여과 캠프’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체첸 전쟁 때 수천 명의 체첸인이 러시아가 만든 ‘임시 수용소’에서 잔인하게 심문 받고 실종됐던 모습이 겹쳐진다고 했다.

마리우폴 난민인 이리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과 벙커에 숨어 있는데 러시아군이 안전을 위해 떠나라고 했다”며 “러시아 검문소까지 4㎞를 걸었고, 그곳에서 더 동쪽으로 이동해 친러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까지 갔다”고 전했다.

이리나는 “일단 그곳에 가면 DPR에 남을지 러시아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또 다른 마리우폴 난민도 “우리 모두가 강제로 끌려왔다”고 말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도 같은 얘길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벙커 문을 열고 들어와 이 방향으로 대피할 시간이 5분 남았다. 걷다 보면 버스가 임시 통제 지역으로 이동시켜 줄 것이라고 한다”며 “당신이 가지 않으면 이 집은 한 시간 안에 폭격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4만명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다고 추산했다. 러시아 언론은 이들 난민이 북쪽으로 1000㎞ 이상 떨어진 야로슬라블과 랴잔까지 보내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경제적으로 침체된 여러 도시로 보내지고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 고용 센터를 통해 공식 고용 제안을 받는데, 여기엔 2년 동안 러시아 지역을 떠나는 것이 금지된다는 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강제 이주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모두 자신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