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심장이 누군가의 몸 속에서 뛰어 희망이 된다면….”
지난해 성탄절에 쓰러져 뇌사에 빠졌던 아홉살 아이가 3개월 가까이 투병 끝에 장기 기증으로 4명의 또래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지난 16일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차하람(9)군이 4명의 중증질환 환아에게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하고 짧지만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28일 밝혔다.
하람군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감기를 동반한 경련으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어떤 치료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했다. 유난히 동굴탐험을 좋아했던 아이를 위해 가족들이 마련한 동굴여행을 앞두고 생긴 사고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모는 누군가의 몸 속에 아들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위안이 될 것 같은 심정에 기증을 결심했다. 하람군은 1남 1녀 중 막내로 애교가 많고 긍정적 성격을 가져 주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부부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엄마,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며 안겨 부모의 피곤함을 덜어주던 아이였다.
아빠 차태경(42)씨는 “재주가 많던 하람이의 꿈이 이루어지지 못 했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아이의 못다 핀 꿈을 이뤄지길 바란다. 하람이의 선한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장기기증 활성화에 도움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아들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 소식이 궁금하다고 전했다.
KODA 문인성 원장은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 현재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직접 만날 수 없지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서신교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정착돼 아픈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기증자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