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모집한 국제의용군에 자원한 한국인이 “한반도에 묻혀있는 외국의 무명 영웅들이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희생했듯 (나도) 역겨운 침략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27일 ‘저는 우크라이나에 참전한 대한민국의 의용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 의용군 대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태극기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다른 사진에는 폴란드와 접한 우크라이나의 국경도시 르비우의 기차역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배경으로 ‘3.26 한국 의용군 육대전 알림’이라고 적힌 쪽지가 보인다.
글쓴이는 “의용군에 간 한국인들을 마치 인기몰이 또는 영웅심리 따위에 가득 차 우크라이나에 간 놈들이라며 의용군을 모욕한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신념을 알려주기 위해 글을 보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가 권위주의 러시아에 침략당했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지만 독립 후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 진영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유엔군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의 국민으로서 역겨운 침략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 그것이 어찌 보면 도움받았던 나라의 젊은 청년으로서의 의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대한민국의 한 명이라도 이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전해 6·25전쟁 때 희생한 군인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는 나 말고도 나와 같이 있는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나와 부대가 다른 한국 의용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또 자신이 소속된 부대에서 ‘우리는 국제 의용군으로서 각자 다른 인종이 다른 언어를 쓰지만, 모두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왔으며 한마음이다. 이에 우리는 모두 형제이며,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침략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러시아인들을 미워해선 안 된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것은 푸틴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넘어오는 러시아 군인들이다’ 등의 맹세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글쓴이는 국제의용군에 자원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알고 있다며 “엄연히 법을 어긴 데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있으며 처벌받아 마땅하고 어떠한 처벌을 받아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떠한 한국인도 우크라이나에 가지 않고 관망만 했다면 국제적인 수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공격받았을 때 우리가 의용군으로 활동한 내용을 말하며 세계에 도움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포로가 될 경우 우리나라 외교에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그렇게 못할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스스로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포로로 살겠다고 했다.
글쓴이는 “우리는 죽음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왔다. 사리사욕과 인기를 얻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이들(국제의용군)을 모욕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에 “해당 글 작성자의 신원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며,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일 이후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뒤 출국하지 않은 한국인이 이근 전 대위를 포함해 9명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인 군대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21일에는 휴가 중이던 해병대원 1명이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 입국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이 해병대원은 폴란드 측 검문소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다가 23일 새벽 검문소를 이탈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이번 게시글 작성자가 이 해병대원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육대전은 이 제보자에 대해 “(글쓴이는) 해병대 인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해병대원 역시 28일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