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김예지 국회의원이 28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 현장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나타났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인 김 의원은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전장연이 출근길 시위를 시작하기 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같은 당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대신해 사과했다. 발언을 이어 나가던 김 의원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가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삼는 시위방식’이라고 표현하는 등 거센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준석 당대표의 SNS 내용을 듣고 (이 대표와) 같은 당이지만 조금이라도 (장애인 분들에게) 힘이 되고자 참여했다. 국회의원 이전에 장애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시각장애인 당사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또 “불편함을 느끼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시위에 함께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런 시위에 모욕적이고 폄하적인 발언을 차기 여당의 당대표가 될 분이 반복하는 것에 많은 분들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이준석 대표의 개인 의견이 되어야지 국민의힘 전체의 공적인 의견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에 영입됐다.
이날 출근길 시위는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까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의도적으로 지하철 3, 4호선을 골라서 교통 체증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는데, 경복궁은 인수위가 있고, 혜화는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피켓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탑승 시간이 지연되자 곳곳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시간 지하철에 탑승해 있던 60대 남성 A씨는 “연신내역에서 교대역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전장연이 시위를 할 때마다 20분씩 늦는다”면서 “이준석 대표가 올린 글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에서 4호선 선바위역으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B씨는 “지하철을 한 시간 가까이 타는데 시위가 있을 때마다 20분 정도 일찍 집에서 나오느라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침부터 이게 뭐야”라는 욕설이 지하철 안에서 나오기도 했다.
시민 불편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박경석 대표는 지하철 안에서 연설 도중 “여러분들의 불편함도 알고 있다. 저희들의 마음도 불편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지하철을 이용한 50대 여성 C씨는 “장애인 단체가 출근길 시위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장애인 단체도 어떤 원성을 들을지 알면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빨리 해결돼 시위가 더 길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면서 이날 시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이 무조건 현재의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건 걸지 말고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6일에는 “중단하지 않으면 제가 불법시위 현장으로 가서 공개적으로 제지하겠다. 만약 시위를 중단한다면 언론이 배석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전장연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판 백재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