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출국’ 해병 A씨 “외교 우려? 잡히면 자폭할 것”

입력 2022-03-28 10:41 수정 2022-03-28 12:51
지난 2020년 6월 18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폴란드로 무단 출국한 뒤 우크라이나 입국을 시도했던 해병대원 A씨가 아직 폴란드에 체류 중이며, 우리 정부의 계속된 귀국 설득에도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그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입국을 시도하던 중 우리 정부의 사전 연락을 받은 우크라이나 측 국경검문소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A씨는 28일 공개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현재 폴란드에 있다며 “외교부 쪽에서 대사관에 (제 입국을) 막아달라고 요청을 했었나 보다. 저 또한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갔다가 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계속된 귀국 설득에도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제가 여기 온 목적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법을 어기고 온 건 사실이지만 제가 온 목적이 따로 있지 않느냐”며 “귀국을 할 시간에 제가 빨리 들어가서, 한시라도 1분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다)”라고 답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듣기는 들었다”면서도 “포로로 잡힐 바에는 그냥 자폭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돌아가더라도) 자진 귀국을 할 것”이라며 “제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제가 책임지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병영에서 겪었던 부조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A씨는 “부사관을 준비한다고 하니 선임들이 기수열외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지원한 배경에는 자신이 겪은 병영 부조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한 언론에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임들한테 예쁨을 많이 받았다. ‘네 맞선임보다 네가 낫다’ ‘역시 남다르다’(는 말을 듣는 등) 저는 처음 전입 오자마자 선임들한테 예쁨받았고 인정받았던 해병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다 A씨가 부사관을 준비한다고 하니 선임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A씨는 “아무래도 병들한테는 부사관 이미지가 좋지는 않으니까, 그때부터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그냥 말도 걸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 선임 중에 한 분이 ‘얘 그냥 기열(기수열외) 처리해라’고, 기수열외가 약간 투명인간 같은 느낌인데 ‘기열 처리해라’ ‘너희 (A씨와)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기수열외란 특정 병사에게 선임 대우도, 후임 대우도 받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병영 내 왕따다.

국민일보DB

A씨는 “저는 솔직히 말해서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기수열외를) 당하는 게 좀 억울했다”며 “저도 아직까지 궁금하다. (왜) 제가 당하고 있었는지”라고 했다.

A씨는 이 문제를 부대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마음의 편지’를 썼었는데 간부들이 그걸 덮더라”며 “너무 힘들고 그래서 ‘선임이 나를 힘들게 한다’ (라고) 작성하니까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고 끝내더라”라고 했다.

하지만 A씨에 대한 괴롭힘은 마음의 편지 신고 뒤 더 심해졌다고 했다. A씨는 “(선임들이) ‘너는 사람도 아니다’ ‘너는 네 선임을 신고했다’ 이런 식으로 온갖 욕을 먹었다. 제가 숨 쉬는 자체가 욕을 먹을 이유였다”며 “제가 뭘 하든 계속 뭐라고 했다. 그래서 이거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울분을 드러냈다.

A씨는 자신이 신고한 부조리 해결에는 굼뜬 모습을 보여주던 군이 자신을 잡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기막히다고 말했다. A씨는 “저는 조금 깜짝 놀란 게 여기 해병대 수사관들이 찾아온다. 제가 그렇게 신고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바로 빨리 오더라”며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부조리 같은 걸 신고하면 들은 체도 안 해 주고, 그냥 진짜 아예 사람이 얘기를 안 한 것처럼 그렇게 들은 체를 안 한다. 그런데 제가 여기 오니까 바로 잽싸게 오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제가 들어가도 자진 귀국을 할 것”이라며 “(국민께서)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을 안 해 주셔도 될 것 같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