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영리하다’고 재차 칭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대신 자신이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북·중·러 3국에 대한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걸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조지아주(州) 커머스에서 열린 정치 집회 ‘세이브 아메리카’ 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형편없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봤듯이 그(김정은)는 이제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있다”며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별로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나 그는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두 번 정상회담했고, 잘 지냈다”며 “(김 위원장은) 영리하고 터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공화당 고액 기부자 회합에서도 김 위원장을 “매우 터프하다”고 칭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 주석에 대해서도 “그는 철권을 쥐고 15억 명의 국민을 통치한다”며 “그가 꽤 영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외국 정상을 ‘영리하다’고 언급할 때마다 비판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라미드처럼 가장 똑똑한 사람이 정상에 오른다”며 “최근 미국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시 주석)는 더는 미국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람들이 내게 푸틴이 영리한지 물어본다. 그렇다. 그는 영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침공 전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군사력을 증강한 것을 두고 “훌륭한 협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큰 실수를 했다”고 했지만 “국경에 20만 명의 군대를 배치한 건 협상하기에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영리하다’, ‘천재적’이라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뒤늦게 ‘학살’로 규정하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을 둘러싼 안보위기 고조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으로 돌리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NBC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18~22일 미국 성인 1000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대로 대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긍정 응답은 28%에 그쳤다. 44%는 신뢰감이 거의 없다고 답했고, 27%는 조금밖에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 82%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국 핵무기가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74%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57%는 미국이 이미 러시아와 전쟁 중이거나, 조만간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 긍정 응답은 40%로 지난 1월 43%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이브 아메리카를 통해 모은 정치자금은 현재 1억8046만 달러에 달한다. 가디언은 “공화당과 민주당 전국위원회 자금을 합친 것보다 많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위한 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의 12배”라고 보도했다.
칼리 쿠퍼만 민주당 컨설턴트는 “중간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트럼프의 엄청난 인기와 거액의 자금 조달 능력은 그를 공화당에서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며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