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지, 尹 집무실 이전에 “시민 가까이 가려다 더 멀어질라”

입력 2022-03-27 23:56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주목하며 “시민을 가까이 두려다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6일자(현지시간) 아시아 섹션에 실린 ‘윤석열의 첫수’(first move) 제하의 기사에서 “부임을 앞둔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인기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집무실 이전안과 관련한 안보·비용 논란 등을 소개하면서 국민이 이 계획에 대해 ‘돈 낭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국방부 주변 주민들도 차량 정체나 보안 규제 가능성, 잦은 집회 시위 우려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기지 않는 눈치라고 전했다. 인근 세탁소 주인은 이코노미스트에 “시위대가 어디로 가겠나. 우리 가게 앞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그의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해결’을 꼽았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고 “윤 당선인이 개인적 과제를 밀어붙이는 데 정치적 자산을 소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청와대는) 한국의 퇴임하는 행정부와 새로 들어설 행정부의 싸움에서 권력 이양을 방해하는 정치적 체스 조각이 됐다”고 보도했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WSJ에 “아이들의 멍청한 싸움 같다”며 “새 정부에서 ‘허니문’ 기간은 없고 주요 사안마다 여야가 공방을 이어갈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권 교체기에는 여야가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안정적인 국정 이양을 돕는 허니문 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WSJ는 이 같은 대립 구도가 한국인들이 “비호감의 선거”라고 부르는 대선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거의 60%에 달하는 국민들이 청와대 이전 계획을 반대하며 3분의 1만이 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이전에 따른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48만여명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 갈등이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대한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논란,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논란 등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