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된 생도들에게 익지 않은 닭고기가 급식 반찬으로 제공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학교 측은 제대로 급양 감독을 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곧이어 살인적인 업무량과 불합리한 업무수행에 시달리며 체력적·정신적 부하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식당 조리병의 불만이 제기됐다.
익지 않은 닭가슴살, 튀김반죽과 그대로 배식
육사 생도로 추정되는 A씨는 27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를 통해 “조리병들 몇 명이 코로나에 확진돼 최근 급양된 모든 부실 급식에 눈 감았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 제보한다”면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을 보면 전혀 익지 않은 닭고기가 밀가루 반죽과 함께 배식돼 있다. 그는 “2022년 3월 26일 저녁 식수에 격리 인원에게 급양된 닭가슴살”이라며 “새우가 아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닭가슴살이 전혀 익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격리 인원과 생도들에 대한 다른 불합리한 대우는 차치하더라도 인권상, 건강상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제보한다”며 “다른 생도들은 제보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해명 글에서 “격리 중인 생도들에게 정상적인 급식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생도급식을 담당하는 취사병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및 밀접접촉자로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조리경험이 부족한 인원들로 대체돼 다수 격리자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급양감독에 면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는 향후 격리자 식사를 포함한 격리시설 전반적인 지원 분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경주하겠다”고 사과했다.
조리병의 호소 “편제 11명뿐”
곧이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업무량’이 이를 초래했다는 육사 식당 조리병 측의 답답한 섞인 호소가 터져나왔다. 자신을 육군사관학교 조리병이라고 소개한 병사는 육대전에 글을 올려 “현재 육군사관학교 생도 식당의 상황을 설명하고 조리병들의 업무 환경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4일 목요일 생도 식당 조리병 중 1명이 확진됐다. (다른 장병들이) 검사를 해본 결과 조리병 중 3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현재 격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당에 가용인원은 조리병 1명과 군무원 2명, 조리원 1명 밖에 없다. 정상적인 식당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돼 조리병이 아닌 다른 보직 용사들과 중대 간부들이 식당에 지원을 와 도와주며 함께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작성자는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앞선 게시물에 나왔듯 익지 않은 닭가슴살이 배식 됐다”며 생고기가 배식된 배경을 설명했다. 생고기가 배식된 점은 잘못이 분명하지만, 과도한 업무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이 조리병의 항변이다.
그는 “식당은 현재 1200명이 넘는 생도들의 밥을 책임지고 있다. 약 1200인분의 음식 조리, 배식판과 수저·젓가락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배식에 사용된 배식대 정리, 매주 월·수·금 1200인분 부식 수령, 2주에 한 번씩 조리할 때 사용하는 쌀·조미료 수령, 한 달에 한 번씩 라면·음료수·시리얼 수령, 바닥 청소 등 식당에서 벌어지는 대부분 일을 식당의 간부님들과 조리병들이 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가 심해져 격리 인원이 늘어난 탓에 300개가 넘는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생도 식당의 조리병 편제는 11명이다. 식당 간부님들의 숫자를 다 합쳐도 15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 인원에서 위에 나온 모든 업무를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완료하기 위해 평일에는 매일 새벽 3시10분에 출근해 조리를 시작하고 오후 9시30분에 퇴근하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생도들이 방학에서 복귀하면 일주일 정도 격리를 해야 해서 이 기간 맥 끼니마다 약 1200개가 넘는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도시락 조리를 위해 새벽 1시 10분에 기상해 조리한 적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