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檢이 움직인다… 현 정권·대기업 겨냥 수사

입력 2022-03-27 18:28 수정 2022-03-27 20:4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산업통상자원부의 탈원전 정책 당시 인사압력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이 대기업과 현 정부를 대상으로 강제수사를 준비하거나 착수하는 일이 계속되자 정치권과 재계는 새 정부 출범에 보조를 맞춘 ‘사정 신호탄’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시장질서 저해 행위, 탈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때나 후보 시절 엄단 의지를 밝힌 사안이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웰스토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의 관련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이미 조율돼 있던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의 출석 일정을 뒤로 미뤘는데 그 사이 공정거래조사부 수사인력이 확대 개편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몸집을 키운 검찰이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준비한 사실은 지난 24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이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공정위의 고발 사건을 수개월 수사하다 새로 압수수색을 시도한 데서 알 수 있듯 검찰 수사는 단순히 이번 일이 다른 급식업체의 경쟁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머물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11일 위장약 알비스군 제품 특허를 위해 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웅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접수 뒤 상당한 시간이 흘러 강제수사기 진행됐다는 측면에서는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의 산업부 수사가 더욱 의미심장하다. 지난 25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지 3년2개월 만이었다.

이 의혹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 고위직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압수수색에 더불어민주당은 “갑자기 진행된 압수수색은 ‘정치보복’의 시작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대법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의 유죄 판결을 확정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확대 여부, 백 전 장관에 대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배임교사 혐의 추가 여부에도 관심을 갖는다.

현재의 검찰 움직임을 새 정부에서의 ‘검찰권 복원’ 기조와 연결하는 해석도 있다. 정권 교체기에 수사를 통해 검찰 존재감과 수사 필요성을 내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현재의 검찰 수사를 대형 사정 수사의 한 흐름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코드’에 맞춘 사정이 실제 있다면 대통령 취임과 인사 이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경원 이형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