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장 복구에 속도를 내는 정황이 27일 포착돼 추가 핵실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를 단기간에 복구하기 위해 갱도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를 새로 굴착하는 정황이 파악됐다. 초기에는 무너진 갱도 입구를 복원하는 정황이 포착됐지만, 최근 이를 포기하고 새 통로를 뚫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5월 외신을 불러 놓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2~4번 갱도 입구를 폭파했었다.
군 소식통은 “상식적으로 무너진 것을 복구하는 것이 옆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레드라인’의 한 축이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한 북한이 조만간 다른 한 축인 핵실험까지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현재 작업 속도를 감안하면 빠르면 한 달 정도면 갱도 복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갱도 내부에는 방사능 잔해물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견고한 차단벽이 설치돼 있어 핵실험 시설의 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 달 내에 갱도를 복구한다면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핵실험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격대 조직 90주년인 4월 25일을 전후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소형 핵탄두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후 같은 해 11월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핵무기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북한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어온 만큼 이에 탑재할 소형 전술핵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다.
다만 북한이 곧바로 핵실험 재개에 돌입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ICBM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것이어서 중·러가 묵인할 여지가 있지만, 핵실험은 중·러에 직접 영향이 미치는 일인 만큼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6차 핵실험에서 원자탄과 수소탄 등 위력 검증도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핵실험이 시급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일단은 ICBM 정상 각도 발사나 재진입 기술 확보 등에 매진하고, 핵실험장 복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본 뒤 핵실험 카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