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이틀 연속 5000명 이상 나왔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퍼지자 2년 넘게 지속돼온 ‘제로 코로나’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상하이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대신 상하이식 정밀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2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해외 유입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555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확진자는 1217명, 중국 당국이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4333명이었다. 25일 신규 감염자가 5600명이었던 데서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는 상하이 2678명, 지린성이 207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의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 21일 896명, 23일 983명, 25일 2269명으로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하이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후베이성 우한, 산시성 시안 등이 도시를 전면 봉쇄했던 것과 달리 정밀 방역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시 전체를 필수, 비필수 지역으로 나눠 필수 지역에서 감염자가 나오면 주거 단지를 중심으로 대량 핵산 검사를 실시하고 비필수 지역에선 핵산 검사와 항원 자가 검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도시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상하이 코로나19 방역영도소조 전문가 위원인 우판 푸단대 상하이의학원 부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상하이 봉쇄 불가론을 폈다. 그는 “상하이는 상하이 시민의 도시일뿐 아니라 중국과 세계 경제의 중요한 주역”이라며 “만약 상하이가 멈추면 동중국해에 떠다니는 국제 화물선이 멈춰서고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밀 방역은) 상하이의 도시 특성에 맞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 봉쇄 불가론을 둘러싼 논쟁은 온라인에서도 불붙었다. 최근 중국에선 2년 넘게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피로감이 커지면서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입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온 지역을 외부와 차단시키는 방식으로 한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강도 방역 정책에도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초 1주일 봉쇄가 예고됐다가 기간이 더 길어진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방역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SNS에 퍼진 동영상에는 한 주민이 지난 20일 “이럴 수는 없다, 먹고 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상하이의 정밀한 방역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입증되면 이후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한과 시안, 선전으로 이어지는 도시 봉쇄의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경험은 쌓이고 있다”며 “서방처럼 완전한 개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지금 우리가 모색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제로 코로나 비용을 절감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