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ICBM ‘화성-15형’으로 결론 낸 듯…공식 발표할지 관심

입력 2022-03-27 16:46
북한 조선중앙TV가 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뉴시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 24일 쏘아 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다양한 정보 자산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의 엔진 노즐이 화성-15형과 동일하게 2개라는 점을 확인했다. 화성-17형의 엔진 노즐은 4개다. 1단 엔진의 연소 시간도 화성-15형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고각 발사한 이번 ICBM은 4년4개월 전 마지막으로 발사한 화성-15형과 비교할 때 고도는 1770㎞ 더 높았고, 비행거리도 130㎞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당초 화성-17형을 발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군 당국은 연소 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화성-15형의 탄두 중량을 줄여 발사해 화성-17형과 유사한 궤적을 구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ICBM을 쏘아 올린 다음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미 당국의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은 화성-15형을 쏴 놓고서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꾸민 셈이다.

한·미 당국이 이번 분석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친필 명령’까지 내렸다는 북한의 발사 성공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만으로도 한·미가 ‘북한의 기만 전술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대북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쏜 것이 화성-17형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ICBM 성능 향상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다탄두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세세한 기술적인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추진체를 달고 1만5000㎞를 비행하는 기본적인 ICBM 플랫폼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다탄두 탑재까지 가능하도록 기술적 진전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사일 크기를 키우고 탄두를 다량으로 실어 파괴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화성-14형, 15형을 통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더 큰 ICBM을 만드는 이유는 탑재 중량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다탄두 ICBM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기종과 관계없이 북한이 ICBM 도발 재개로 ‘레드라인’을 넘은 사실도 명백하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5일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미국의 책임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북 제재 강화에 반대하면서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