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암호화폐 기부 쇄도…한달 새 821억원

입력 2022-03-27 14:59 수정 2022-03-27 15:01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부가 개설한 온라인 가상화폐 모금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약 6700만 달러(약 821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기부금이 모였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알렉스 보르냐코프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 차관은 국가 기부 웹사이트에 “이날까지 암호화폐로 총 67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들어왔다”며 “암호화폐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국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지난주까지 기부받은 암호화폐 중 총 3400만 달러(417억원)를 사용했다며 이 중 80%는 일반 화폐로 교환해 썼고 나머지는 암호화폐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판매자를 통해 사용했다고 AP통신에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6일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주소를 공개하고 2억 달러를 목표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기부를 받고 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기부받은 암호화폐를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쿠나’를 통해 환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암호화폐 기부를 시작한 것은 전통적 방법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빠르게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전통적 금융기관을 이용하면 최대 3일의 시간이 걸리지만 비트코인은 10분, 이더리움은 12~15초면 충분하다. 거래 정보가 담기는 블록 생성 시간이 짧은 탓이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은행을 통한 법정화폐 사용에 제약이 있었고, 물자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면서 “물건값을 가까스로 지불하더라도 전산 장애 등의 여파로 실제로 수취인에게 도착하기까지 수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로는 몇 분이면 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를 조사하는 베넷 톰린은 “주권국가가 국방을 위한 자금을 암호화폐로 지원받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많은 논쟁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암호화폐 관련 변호사인 아르템 아피안은 “암호화폐 기부의 또 다른 과제는 범죄나 사기를 통해 얻은 자산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우크라이나는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각국 정부나 단체, 개인에게 받은 기부금 중 암호화폐로 받은 자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암호화폐 기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