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모으는 게 취미” 하루키가 사랑한 클래식 음반들

입력 2022-03-27 14:40
문학동네 제공

무라카미 하루키(73)가 새 책을 발표하지 않는 해는 드물다. 신작 소설이 없는 해라면 새 에세이가 나오곤 한다. 이번에 출간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는 하루키가 수집해온 클래식 음반들에 대한 책이다. 작년에 하루키는 자신이 수집해온 티셔츠들을 소개한 ‘무라카미 T’(비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루키는 레코드 얘기를 시작하면서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이럭저럭 육십 년 가까이 부지런히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수집하는 클래식 음반은 LP판인데, 대부분이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에 걸쳐 녹음된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다. “오래된 LP판에는 LP판만의 아우라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그 아우라가, 마치 소박한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내 마음을 안에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

책에는 1.5쪽 분량의 짧은 글 100편이 수록됐다. 하나의 곡을 놓고 연주 앨범 네다섯 장을 함께 소개하는 형식이다. ‘슈만 교향곡 2번 C장조 작품번호 61’이란 글에는 조지 셀 지휘 클리블랜드 관현악단의 1952년과 1960년 앨범, 프란츠 콘비츠니 지휘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1960년 앨범,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의 1960년 앨범, 폴 파레 지휘 디트로이트 교향악단의 1955년 앨범이 나온다. 하루키는 번스타인의 연주에 대해서 “실로 정확하고 거침이 없다”면서도 “다만 콘비츠니와 비교하면 너무 운동선수처럼 내달리는 느낌도 없지 않아서”라고 평가한다. 이어 파레와 디트로이트 교향악단은 “근육질의 연주인데, 그렇다고 즉물적이지는 않다”며 “나는 이 연주가 꽤 마음에 든다”고 썼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등 잘 알려진 작곡가들의 곡은 물론 로시니와 비제, 들리브의 곡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비첨, 오그던, 마르케비치, 오자와 등 작가가 특별히 즐겨 듣는 거장 지휘자들의 음반도 소개한다.

클래식은 하루키의 오랜 취미 생활이자 하루키 소설의 배경 음악이기도 하다. ‘해변의 카프카’에는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이, ‘노르웨이의 숲’에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이 등장한다.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작품 ‘사육제’는 슈먼의 곡 제목이다.

하루키의 클래식 에세이는 하루키 에세이의 즐거움을 유감없이 전해주면서 하루키 소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하루키의 해설을 듣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홍은주 옮김, 2만5000원.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