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최대 논쟁거리로 떠오른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이전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방이 서울시로 옮겨붙고 있다. 서울시 추가경정예산 심사에 나선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의 입장 표명과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전장 삼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와 오 시장 간 첨예한 공방이 예고된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최근 306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오 시장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 의장은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인 동시에 서울시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이라며 “적어도 용산구 주민에 대해 사전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서울시 행정 책임자로서 (오 시장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 의회는 임시회 기간 오 시장을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도 추진 중이다.
시의회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을 확대 개편해 여성가족지원청을 신설할 것도 요구했다. 다분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성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을 끌어들여 공격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김 의장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성차별 철폐와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요구하고 있다. 마땅히 그런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내부에선 당혹감과 불쾌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시의회가 오 시장의 공약사항 예산이 포함된 추경 심사와 연계해 공세를 펼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7일 “서울시의 조직 개편은 항상 정부조직과 연계돼 정비해왔다”며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 체계가 확정돼야 여성가족지원청 신설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는 오 시장이 한 차례 이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윤 당선인과 면담한 뒤 용산구 도시계획상 추가 규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누구보다 먼저 오 시장이 윤 당선인에게 만남을 요청해 제반 사항을 확인했다. 그 관점에서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긴급 현안질의가 성사될 경우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는 지난 17일 시가 요청한 1조1239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에 대해 자치구 협의 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계산한 ‘하향식 예산’이라며 고강도 심사를 예고했다. 특히 오 시장이 지난해 본예산 편성과정에서 대거 삭감됐던 공약 관련 예산을 재차 집어넣은 상황이어서 공방이 거셀 전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대 강 대치가 재현될 경우 예산 편성 지연 탓에 또다시 서민들만 고통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추경 예산엔 민생·일상회복 분야 4248억원, 방역 분야 2061억원, 안심·안전 분야 113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