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인 S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을 끊임없이 당장 사달라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자제를 시키고 기다리라고 하면 떼를 심하게 부려 어른들이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유아기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인지 발달적으로 당연하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상대도 나처럼 생각한다고 느끼고, 내가 좋아하면 상대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보면 장난감을 놓고 아이들끼리 서로 빼앗고 차지하려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다. 또 형제간에도 자신의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고 방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 연령이 되면 이런 현상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즈음이 인지적으로도 탈중심화(decentering) 시기이고, 사회화도 급격히 이루어며, 역지사지나 공감능력도 발달하는 때라서 그렇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가서도 여전히 물건에 욕심을 부리고 자기물건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면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사귀더라도 친구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어렵다. 심지어 상대하기 싫은 아이로 생각되어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아이들은 왜 그럴까?
먼저 지나치게 아이의 욕구에 허용적이었던 경우다. 아이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사주거나 갖게 해주면 자신의 욕구를 참고 기다리는 ‘욕구 충족 지연 능력’을 하는 키우기 힘들다. 그리고 이건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키가 자라듯이 만 2세부터 조금씩 조금씩 키우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만 2세부터 연령에 맞게 안 되는 것은 ‘안돼’하고 가르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인과관계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5세 정도가 되면 물건을 사줄 때에 아이와 어떤 약속 하고 그것을 잘 지켰을 때 보상으로 사준다든가,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스티커를 주고 그것을 몇 장 모으면 상을 주는 방법 등으로 욕구를 지연을 시키고, 기다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 또 갖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을 때 며칠간은 그것 중에 어떤 물건을 가장 원하는지, 어떤 게 가장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하고 스스로 한 가지를 선택하는 식으로 우선 순위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어떤 것을 가질 때에는 그에 맞는 정당한 방법이 있고, 소유하게 될까지 어느 정도는 기다림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너무 인색하여 아이가 원하는 것을 욕구를 너무 무시한다면 욕구불만에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부모는 아이의 물질적인 욕구를 수용하지 않았을 뿐인데, 아이 입장에선 욕구 충족이 너무 부족하면 부모가 자기 자신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랑이 부족하거나 욕구 불만에 빠진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적당한 정도의 욕구 충족은 필요한데, 중요한 것은 물건을 소유해서 느끼는 충족감 보다는 ‘정서적인 충족감’을 갖게 하는거다. 즉 물건을 사준다고 하더라도 아이와 실갱이를 하고 부모가 지쳐서 짜증을 내고 면박을 준 후에 해준다면 아이는 원하는 물건을 갖게 되더라고 정서적인 욕구는 충족되지 못하게 된다.
또 형제, 친구 간의 나눔을 가르친다고 양보만을 강요한다면 아이는 더욱 자기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욕심을 더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친구, 형제간에 물건 때문에 싸움을 보이는 경우는 폭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부모가 너무 미리 개입하지 말고 서로 해결 방법, 타협 방법을 찾아보게 하는 게 낫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