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억만장자세 공식 도입…주식 미실현 이익에 과세

입력 2022-03-27 10:02 수정 2022-03-27 10:54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도입을 공식 발표할 방침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치에는 주식, 채권 등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된다.

WP는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는 1억 달러 이상 자산이 있는 부자에게 최소 세율 20%를 설정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은 오는 28일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700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처음 제안할 것”이라고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이와 관련한 행정부 문서도 입수했다고 전했다.

WP는 “백악관 계획은 억만장자들에게 전체 소득 또는 전통적인 형태의 임금 소득과 주가 상승과 같은 미실현 이익으로 얻은 수익의 조합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납부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납부 세율이 20% 미만이었던 억만장자는 차액분을 내야 하고, 이를 초과해 세금을 내왔던 억만장자는 추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로이터통신도 “미실현 투자 이익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대해 최소 20%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억만장자들은 자산을 주로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연방 정부는 이를 매각할 때만 세금을 부과한다. 보유 자산 가치 증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부자들은 주식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세금은 내지 않는 기형적 조세체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에 대해 “나중에 이익을 실현할 때 내야 할 납세 의무의 선지급”이라고 설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 관리예산실과 경제자문위원회는 2010~2018년 사이 400명의 억만장자 가족들 소득세율이 8% 수준이었다고 추산했다. 이는 연간 7만 달러를 버는 미국 중위소득 가정의 소득세율(평균 14%)보다 크게 낮다.

WP는 “최소 세금은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더는 교사나 소방관보다 낮은 세율을 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백악관 세금 계획은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을 극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 계산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00억 달러,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350억 달러 세금을 추가 지급할 것으로 전망됐다. 백악관은 새로운 세법이 제정되면 향후 10년간 3600억 달러의 새로운 조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그동안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던 시도는 정치적 역풍으로 실패했다. WP는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이 이 계획을 따를지도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