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객기 사고 현장 봉쇄하고 유족 감시·단속”…탑승자 132명 전원 사망 발표

입력 2022-03-27 08:43 수정 2022-03-27 16:48
중국 구조대가 26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탕현 인근 산속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중국 정부가 지난 21일 추락한 동방항공 여객기 탑승객들의 유가족을 밀착 감시하고 언론의 현장 취재를 통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사고 닷새 만에 탑승객 132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탑승객 유가족들에게 공무원, 심리 상담사, 법무 전문가 등 최소 3명으로 된 특별지원팀을 배정했다. 이들은 탑승객 가족들이 정부 대응이나 보상 문제와 관련해 시위를 벌이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유가족 인터뷰는 당국의 통제 하에 진행됐다.

여객기가 추락한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탕현 인근 산속 현장은 봉쇄되다시피 했다. 유가족 중에선 시신을 못 찾는다면 사고 현장의 흙이라도 한 줌 갖고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유가족을 15명씩 나눠 사고 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30분씩 머물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유가족 375명이 사고 현장을 잠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소수 매체만 접근할 수 있다.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현장 수색팀은 이날 오전 9시쯤 여객기 추락 지점 동쪽 언덕 부근에서 오렌지색 장치를 발견했다. 이 장치는 여객기에 설치된 블랙박스 2개 중 회수 되지 않았던 비행데이터기록기(FDR)로 추정된다. 지난 23일 먼저 발견된 조종실음성녹음장치기(CVR)는 판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색팀은 작업 6일 동안 여객기 추락 지점 인근 24만㎡를 수색해 기체 잔해와 유해를 찾아냈다.

앞서 중국 동방항공 비행사고 국가응급처치지휘본부는 전날 6차 브리핑에서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이 모두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브리핑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기내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현장 잔해물에서 폭발물 성분은 발견되지 않아 테러나 폭발 사고 등으로 추락한 건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 주타오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현장 잔해물에서 채취한 검체 41개를 검사한 결과 무기 폭약이나 유기 폭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조사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지난 21일 오후 1시 15분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한 시간쯤 지난 2시 17분 순항 고도 8900m를 유지하며 도착 예정지였던 광둥성 광저우 항공 관제구역에 진입했다. 그러나 오후 2시 20분 관제사는 여객기의 고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여러 차례 조종사를 호출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어 3분 뒤인 2시 23분 여객기의 레이더 신호가 사라졌고 추락했다.

황쥔 베이징항공대 교수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사고기가 급강하한 원인 중 하나는 비행 제어 시스템이 갑자기 고장났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조종사가 여객기를 조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왕야난 중국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 편집장도 “사고기가 동력을 상실해 조종사가 기체를 컨트롤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며 “항공기가 고속으로 급강하한 것은 심각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사이버공간관리국은 각 웹사이트에 동방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관련 음모론이나 루머를 퍼뜨리는 계정에 대해 신속하고 엄격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28만건의 가짜 메시지가 삭제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