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에 러시아 떠나는 청년들 “미래가 없다”

입력 2022-03-26 10:20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에서 한 남성이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내부의 반발이 커지면서 자국을 떠나는 러시아 청년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터키, 핀란드, 키르기스스탄, 조지아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청년들이 수천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과의 직항 항공편이 중단된 상황이기에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거나 터키에 정착하려는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를 떠난 이들은 대부분 냉전 이후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국제여행에 익숙하고 국제사회와 밀접한 분야에서 종사한 경험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러시아가 고립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한 것이다.

예술인 아르투르는 “우크라이나 혈통이라는 내용이 담긴 출생 증명서를 SNS에 게재한 이후 당국의 위협을 받았다”며 “태어나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이달 초 모스크바를 떠나 이스탄불에 도착한 상황이다.

반전 시위에 참여한 이력때문에 처벌받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청년들이 러시아를 떠난 이유 중 하나다. 사진작가 아르센 역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아르센은 “세계 어느 곳이든 시위를 벌이는 것은 자유지만 러시아는 아니다”며 “모스크바에 살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지만,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를 탈출하는 이들을 ‘국가 반역자’로 지칭하며 비난하고 있다. 또한 출국 단속을 강화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국경수비대가 출국자 및 여행자의 전자기기를 수색하고 있다. 아르투르는 “공항에서 귀국 항공권에 대해 캐물었다”며 “휴대전화까지 검열한다는 소문이 있어 반정부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고 출국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망명자가 늘자 일부 국가에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구소련 소속이었던 조지아에선 러시아인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반러시아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8년 러시아인 보호 명목으로 조지아를 공격한 전례가 있어 우려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