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려한 편집 기법을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제작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긴박한 배경음악과 함께 격납고가 열리면서 세 남자가 걸어 나온다. 이중 가운데 있는 남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이후 남자가 신중히 손목시계를 보는 화면이 빠르게 교차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초대형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계를 보는 듯한 모습 등이 빠르게 지나가고, 초대형미사일이 서서히 격납고 밖으로 빠져나온다. 영상은 김 위원장을 마치 ‘마블’이 제작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연출한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보도를 할 때, 리춘희 아나운서가 낮고 엄격한 목소리로 기사를 낭독하는 가운데 공중으로 날아가는 미사일과 이를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영상을 교차해 내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격적인 구성과 화려한 편집 기법을 동원해 눈길을 끈다.
이번 영상에선 초침 소리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발사 명령을 내리는 모습과 버튼을 누르는 손, 깃발을 이용한 수신호와 ICBM이 발사되는 모습까지 다각도로 공개됐다.
조선중앙TV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대내용 매체인 점을 고려하면, 화려한 편집을 통해 김정은 집권 10년 차에 이뤄진 성공적인 ICBM 발사를 과시하면서 주민들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영상을 두고 지난 16일 공중에서 폭파돼 실패한 화성-17형 발사와 전날 발사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ICBM 발사 영상을 교차 편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선중앙TV는 화성-17형 발사 초반 모습과 식별이 불가능한 공중에서의 2단 분리 모습만 주로 비췄고, 후반부는 주로 사진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24일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사진은 화성-17형을 발사했을 때의 모습을 공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