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확정” 강조한 인수위…업무보고 30분 만에 끝냈다

입력 2022-03-25 19:42 수정 2022-03-25 19:51
국민일보DB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인수위는 25일 “여가부 폐지는 이미 인수위 내에서도 확정됐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진행된 여가부 업무보고도 단 30분 만에 끝냈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여가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보고는 오후 4시30분쯤 종료됐다. 타 부처 업무보고가 보통 2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빨리 끝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여가부에서는 보고자료 작성을 맡은 정책기획관을 포함해 여성정책국장·가족정책관·청소년정책관·권익증진국장 등 부처 국장급 5명 전원이 참석했다. 인수위에서는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과 전문위원들이 보고를 받았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배석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특별보좌역이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업무보고 결과를 브리핑하며 “여가부의 발전적 개편방향에 대한 부처의 구체적 입장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가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임 의원은 “향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여성단체와 간담회 등으로 소통하고 의견수렴하는 절차를 폭넓게 가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가부 공약을 실현할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가부의 업무보고가 타 부처에 비해 빨리 끝난 데 대해 임 의원은 “여가부가 예산도 제일 적고, 업무보고 분량도 제일 적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뉴시스

앞서 윤 당선인은 전날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공약인데 그럼. 내가 선거 때 국민에게 거짓말한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말하며 여가부 폐지 공약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현행 제도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은 몇 가지 옵션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그 중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는 당선인께서 결정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여러가지 좋은 방법들을 만들어서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여성단체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단체 목소리도 들을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의견들을 전달받고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정부조직을 개편할 때 충분히 반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신용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프레스 다방'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뉴시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브리핑에서 “여가부라는 이름으로 존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던 업무를 쪼개서 다른 여러 부처로 나눌지, 여가부를 대체하거나 통합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정부 조직을 만들지 여러 방안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다시 강조해드리지만, 여가부 폐지는 이미 인수위 내에서도 확정됐다”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여가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며 “새 정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한 여가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께 밝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640여개 여성단체는 이날 여가부 업무보고에 앞서 윤 당선인에게 여가부 폐지 계획을 철회하고 성평등정책 전담 독립부처를 중심으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원일희 부대변인은 “여가부 폐지 과정에서 여성단체 의견도 듣겠다”면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여성단체와 면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어떤 단체와 언제 만날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