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심리하는 새 재판부가 “출국금지 전날과 당일 피고인들과 관련자들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출국금지를 최종 결정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쌍방의 의견을 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25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었다.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바뀐 뒤 열린 첫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출국금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쌍방에 물어보고 싶었다”며 양측에 석명을 구했다. 그러면서 “이규원 검사가 당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이었으니 이 검사는 대검의 지시를 따랐다는 주장을 하고, 출국금지는 법무부 소관인데 출금 관련 권한이 없는 민정비서관실은 왜 이 일에 관여를 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 사람의 범행과 관련해 많은 고위직이 등장한다”면서도 “이들이 출국금지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법령상 의무 위반의 주체가 된다는 차원에서 공소제기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검사 등의 공소장에는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이름이 나온다. 긴급 출금이 승인된 전후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검찰은 “많은 등장인물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지우려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일단 이 세 사람에 대해선 형사책임을 물을 요소가 갖춰졌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이 검사 측은 “직권남용 혐의를 판단함에 있어서 수사가 미진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에게 의미 없는 일을 시켰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려면 재판부가 석명을 구한 최종 결정권자가 밝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재판에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에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실무자는 “당시 서둘러 보내서 서류가 미비하구나라고는 생각했다”며 “보완을 요구하면 (김 전 차관이) 출국할 수밖에 없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 (전산에) 입력 하는 게 최선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공판이 끝날 무렵 재판부는 재차 “사실상 긴급 출금의 최종 결정을 누가 한 것인지 검찰과 피고인 측이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출금 당일과 전날 이 검사와 이 전 비서관, 차 연구위원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으니 안하셔도 되긴 한다”는 단서를 달고 “출금 실행 전일과 당일 피고인들과 관련자들 사이에 통화나 대화 부분을 밝혀준다면 재판부에서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