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장관 어디로’ 의문 증폭… 크렘린은 ‘건강이상설’ 확인 회피

입력 2022-03-25 16:42
2019년 4월 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선소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AP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휘하는 러시아 국방장관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행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건강이상설이 돌고 있지만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확인을 회피했다.

CNN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건강 문제가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크렘린궁이 논평을 거부하면서 행방에 대한 추측이 고조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쇼이구 장군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주도적 역할을 했음에도 최근 눈에 띄지 않은 점이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 독립 매체 아겐츠트바는 익명의 보건부 소식통을 인용해 쇼이구 장관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한 CNN의 확인 요청에 “특수군사작전이 진행 중”이라며 “당연히 지금은 언론 활동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국방장관은 현재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저 “아겐츠트바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며 “(이 질문들은) 국방부에 해달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쇼이구 장관이 지난 18일 채널1 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언론인들은 해당 방송 내용이 지난 11일 상황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영 TV 러시아24는 쇼이구 장관이 참석한 화상회의 장면을 방송하면서도 회의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앵커는 페스코프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쇼이구 장군이 원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대해 국가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에 쇼이구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다른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얼굴만 화면에 나왔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11일 TV로 방송된 안보리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과 저항에 부딪쳐 고전하고 있다는 서방 정상과 군·정보 당국의 전언과 다른 보고였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원하는 중동 지역 자원병들로부터 1만6000건 이상의 지원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을 무장할 무기를 푸틴 대통령에게 추가로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수뇌부가 미국과의 연락을 끊은 지는 더 오래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쇼이구 장군을 비롯한 러시아군 지휘부가 침공 시작 이래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그동안 러시아 측과의 통화를 시도했고 지금도 계속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군이 쇼이구 장관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시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6일 전인 지난달 18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보다 앞선 지난달 11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과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