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정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것과 관련해 ‘K방역 실패론’이 제기되자 “해외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인구당 누적 사망자가 해외 주요국의 10분의 1 수준이며 현재 유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25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발생은 유행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규확진자는 33만94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7일 62만120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이후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날 발표된 위중증 환자 수는 1085명이다. 정부는 앞서 이 시기 위중증 환자가 1500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스텔스 오미크론) 확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통제관은 “스텔스 오미크론 유행이 어떻게 될지는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고세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백브리핑에서 “유행 정점 구간을 지나는 상황”이라며 “단순 유행 규모에는 불안을 가질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더라도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300~400명씩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코로나19 사망자는 39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에는 역대 최다인 469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던 ‘K방역’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이 같은 혹평에 대해 적극 반박에 나섰다. 김 총리는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누적 치명률, 그리고 각종 경제지표 등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며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 통제관도 ‘아워월드인데이터’를 인용해 인구당 누적 사망자수가 한국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제관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인구 10만명당 누적 사망자는 미국은 289.6명, 이탈리아 261.1명, 영국 239.8명, 프랑스 210.6명, 독일 151.3명 등인데 한국은 24.7명으로 대략 10분의 1 수준이다.
누적 치명률도 미국은 1.2%, 이탈리아 1.14%, 영국 0.81%, 독일 0.68%, 프랑스 0.59%를 기록했는데 한국은 0.13%를 기록하고 있다.
이 통제관은 K방역 실패론에 대해 “객관적인 수치가 있다”며 “그렇게 (실패로) 판단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이르기 전 정부가 섣불리 방역을 완화해 정점 규모를 예상보다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직 오미크론 유행으로 하루 수십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낙관론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