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G20(주요 20개국) 회원국 자격 박탈을 제안했다. 고강도 제재에 침몰 중이다시피 한 러시아를 아예 주요 경제권 밖으로 쫓아내 더욱 힘을 빼겠다는 의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가로 G20 국가에서 러시아를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이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을 더욱 고립시키고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주요 조치”라고 해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방안을 주요 미국 동맹국들과의 긴급회의에서 논의했다며 최종 결정이 다른 G20 회원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자격 박탈을 거부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초청할 것을 제안했다.
G20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를 논의하는 그룹이다. 여기서 배제되면 위상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국 이익에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G8(주요 8개국)에서 러시아를 추방해 지금까지 G7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지난 15년간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이 올해 증발하고 물가는 1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 11위였던 러시아 경제 규모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가 러시아의 첨단기술 구매를 막는 것을 포함해 잠재적 성장의 모든 원천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미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의 절반 수준까지 위축됐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난민 10만명을 수용하고 러시아에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10억 달러 이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한 당국자는 미국과 유럽 관리들의 목표가 한 나라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서양을 포함한 서방 전역으로 난민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방문 기간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직접 만날 생각이다. 백악관은 이 때문에 미공개 일정 일부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는 그들(우크라이나 난민)도 만날 계획”이라며 “내가 어디로 갈 건지 말하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어쨌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