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제2의 추미애 막겠다는 것”… 민주 “법무부 길들이기”

입력 2022-03-25 09:3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취소한 데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처럼 정치 장관을 앉혀놓고 검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걸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법무부 길들이기”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용호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간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떠날 장관이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마치 반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협조인가”라며 이같이 성토했다.

인수위는 전날 오전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지난 23일 박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용호 “박범계, 떠날 사람은 짐 싸야”
이 위원은 이를 두고 “40여일 후면 떠나는 박범계 장관 입장, 그리고 또 부처에 남아서 앞으로 5년을 함께 해야 할 법무부 직원들 법무부의 입장은 다를 수가 있다”며 “박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대하는 건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고 예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행자는 ‘자료정보 또는 의견의 제출, 예산의 확보 등 필요한 협조를 해야 된다’는 인수위원회법 규정을 언급하면서 “(당선인 공약에) 반대냐 찬성이냐 밝히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협조라고 하는 뜻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끌어갈 정부에 대해서 협조한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선출직을 뽑아놓은 것 아닌가. 대통령을 뽑아놓은 입장인데 그분의 공약과 국정철학을 국민의 다수가 찬성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관의 입장을 듣자는 게 아니다. 부처의 입장을 듣는 것”이라며 “장관은 떠날 사람이 짐 싸야지 왜 본인 의견을 얘기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주민 “길들이기… 점령군 같은 모습” 비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납득이 안 간다”며 “인수위가 그런 이유로 보고를 거부할 필요나 권한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보고는 새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장관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보고 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아무래도 법무부 쪽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인수위 행동을 해석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나 이런 것들은 법을 개정해야 될 문제”라며 “국회 의석비율이나 이런 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 훈령 등을 바꾸는 방법이 벌써부터 거론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훈령 제·개정)작업을 하는 데가 법무부”라며 “법무부에 있는 여러 실무자들에게 우리가 이만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강력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또 “마치 항명인 것처럼 자꾸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인수위가 명령할 수 있고, 명령에도 불구하고 항명하는 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령군 같은 모습, 불통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