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절친 아브라모비치 美 제재 피했다···그 이유는?

입력 2022-03-25 00:03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의 중재자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이자 축구구단 첼시 FC의 구단주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부상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밀한 사이로 최근 영국 당국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아온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아브라모비치에 대해 제재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올리가르히 중 하나인 아브라모비치에게 대러 제재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젤렌스키의 요청 이후 계획을 보류했다.

젤렌스키가 미 재무부의 결정을 유보해달라고 한 이유는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에서 아브라모비치가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과 긴밀한 관계일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과도 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이나의 영화감독인 알렉산더 로딘스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해 오는 등 그와 잘 아는 사이다. 로딘스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당시 영화에 그를 출연시킨 감독이다.

단순히 우크라이나 정치권과의 관계 때문에 아브라모비치에게 휴전 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WSJ는 아브라모비치의 행적이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대변인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아브라모비치가 지난달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회담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푸틴의 측근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WSJ와 인터뷰한 미국 관리 대부분은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 개선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아브라모비치는 푸틴과 가까운 사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영국과 EU는 아브라모비치에게 자산 동결 등 개인 제재를 가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정치권의 압박과 개인 제재 때문에 2003년 인수 이후 많은 돈과 애정을 쏟은 첼시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