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추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4년 만에 발사 유예 폐기

입력 2022-03-24 18:08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에 따르면 고도는 6200㎞ 이상, 비행 거리는 약 1080㎞로 파악됐다.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ICBM인 '화성-15형'의 모습. 뉴시스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 조치(모라토리엄)를 4년 4개월 만에 폐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2시34분쯤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고도는 6200㎞ 이상, 비행 거리는 약 1080㎞로 파악됐다.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신형 ICBM을 오후 2시 33분 동쪽으로 발사해 약 71분 뒤인 오후 3시 44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언급한 점을 미뤄 이번 발사는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1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 중 16일 발사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는 화성-17형의 성능시험 평가였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사전 경고’를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발사가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교체기에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대응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며 “대통령 당선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간 신뢰를 유지하는 상징적 조치로 여겨졌고, 이후 남·북·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지켜졌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던 것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0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했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 사정거리를 점차 늘렸고, 결국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한 지 두 달 뒤에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북한은 지금까지 ICBM을 고각 발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정상 각도로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ICBM은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무기여서 북·미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