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블록딜에 ‘삼전 개미’ 진땀 [3분 국내주식]

입력 2022-03-24 17:55
국민일보DB

국내 증권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하락 마감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24일 5.39포인트(0.20%) 내린 2729.66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736억원, 기관은 222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6805억원 순매수하며 하방 압력을 지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시가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국제유가 재상승에 대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하락하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이 하락에 동조화됐다”며 “달러 강세전환에 따른 외국인 매물 출회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장 후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방문 기대감에 따른 미국 지수선물 상승에 낙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1. 삼성전자 [005930]

삼성전자가 1% 가까이 하락하며 6만원대로 후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보다 0.99% 떨어진 6만9800원에 마감했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약 1조3720억원을 현금화한 영향을 받았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지분 0.33%)에 대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실시했다. 주당 매각가는 6만8800원으로 총 1조3720억원 규모다. 해당 지분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몫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홍 전 관장은 지분 0.33%에 대해 KB은행과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블록딜 물량과 일치한다. 블록딜은 가격과 물량을 정해놓고 특정인에게 주식을 일괄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확보한 현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속세는 다음 달 29일부터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이틀 전에도 삼성그룹에서 대규모 블록딜이 나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지분으로 추정되는 삼성SDS 보통주 301만8860주(지분 3.9%)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 역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매각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매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이중 주식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2. 두산 [000150]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이날 두 아들과 함께 보유 중인 두산 지분 전량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 영향으로 두산은 이날 5.13% 떨어진 11만1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반면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씨가 부사장을 지냈던 오리콤은 가격제한폭(29.95%)까지 치솟았다.

기관 블록딜 수요예측 결과 한 주당 매각 할인율은 10.5%가 적용된 최종 10만4700원에 확정, 전량 매각에 성공했다. 블록딜은 이날 장 개시 전 이뤄졌다. 삼부자는 이번 블록딜로 현금 총 1357억826만원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박 전 회장이 두산 주식 70만3201주를 가지고 있고 박 전 부사장이 32만 4422주, 박 전 상무가 26만 854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차남인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와 지난 1월 벨스트리트파트너스라는 투자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큰아이(박서원)는 패션 관련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와 디자인 제품 등의 콘텐츠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작은아이(박재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 일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 롯데제과 [280360]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합병한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5.17% 상승한 12만2000원에 상승 마감했다. 롯데푸드는 5.81% 오른 34만6000원에 장을 닫았다. 두 기업이 합병되면 해태 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를 넘어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합병을 마치면 롯데제과는 빙과업계 1위는 물론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 종합식품회사로 등극한다.

두 기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제과과 존속 법인으로서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오는 5월 27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주 상장은 7월 20일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 양사 합병 시 점유율은 50% 내외로 점유율 1등 업체로 등극하게 된다”며 “종합식품기업이 탄생한 만큼 비용 절감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합병 뒤 빙과, 이커머스, 글로벌 부문의 우선 통합을 통해 효율화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