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당근과 채찍…중국산 352개 제품 관세 면제 부활, 대러 제재 동참 압박은 계속

입력 2022-03-24 17:5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 도착,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견제 중심의 정책을 폈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팔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칩을 제조하기 때문에 통제 대상이 된다”며 “그들이 러시아에 칩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시켜 그들을 문 닫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소프트웨어나 설계 등을 사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적용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 집행 기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대금 결제를 용이하게 도와주는지, 수출 통제에 반하는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방문 중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발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제재를 무력화하거나 회피하도록 돕는 모든 국가의 시도를 단속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USTR은 “다른 기관과 상의하고 숙고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산 수산물을 비롯해 화학 제품, 섬유, 전자 및 소비재 등이 관세 혜택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21년 10월 12일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되고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

관세는 미·중 무역 전쟁을 불러온 뇌관이다. 미국이 극심한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 조치를 부활시킨 건 일단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거진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려는 측면도 있다. 고물가와 공급망 교란 사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핵심 이슈로 꼽힌다.

이러한 미국 내부적 요인 외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하면 혹독한 대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경고와 함께 유화책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 정부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모든 대중 고율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도전에 직면했다”며 “미국이 양국 소비자들의 근본 이익의 관점에서 조속히 전체 대중 고율 관세를 취소해 양국 간 경제, 무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