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회피는 세계적 문제… 한국 도전 반갑다”

입력 2022-03-24 17:02
네트워크 및 경제학 분야의 해외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박사. 그는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용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이튼 박사 제공.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정 공방 2차전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만큼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해외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네트워크·경제학 분야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23일 SK브로드밴드가 마련한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가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책임감 있는 인터넷 업계 사업자로서 네트워크 사용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이튼 박사는 덴마크에 있는 통신분야 컨설팅업체 ‘스트랜드 컨설트’의 수석부사장이자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시니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최근 소송에서 제기한 ‘빌앤킵’(Bill and Keep) 원칙은 이번 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빌앤킵 원칙은 발생 트래픽이 비슷하면 통신사업자 간에 발생한 요금을 무효로 하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이 같은 주장에 근거해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P)는 초고용량의 트래픽을 통신사업자를 통해 전송하지만,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는 같은 양의 트래픽을 넷플릭스를 통해 보내지 않는다. 따라서 빌앤킵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빌앤킵 원칙은 통상적으로 유사한 산업에 포진한 두 기업이 합의하에 진행하는 것인데, 넷플리스와 SK브로드밴드는 동일한 사업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 설치 역시 자사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도 비판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 설치는 자사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OCA 설치를 통해 네트워크 유지 보수 등에 필요한 사용료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이익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레이튼 박사는 “SK브로드밴드의 사용자 중 소수의 일부만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여러 가지 비용은 결과적으로 모든 네트워크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망의 최종 이용자 입장에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한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레이튼 박사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대형 CP에 대한 망 비용 부담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레이튼 박사는 “한국의 넷플릭스 소송은 여러 국가의 정책 입안가와 망 사업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용감한 도전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6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맞는 등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한 후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7월 항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뷰와 관련해 “전 세계 7200여개의 ISP 중 어느 기업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관련 소송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ISP가 OCA 설치 등을 통해 상호간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