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마 안 남은 미래도 상상해보고 먼저 간 사람들도 생각하게 된다. 이 노래가 슬픔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위로하는 음악같다.”
무대에 오른 80대 여배우 김영옥은 자신이 부를 노래에 대한 감상을 먼저 말했다. 그는 마이크를 꼭 쥐고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열창했다. 노래를 듣는 다른 출연자들의 가슴이 먹먹해지고, 전율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노래를 마친 노배우는 노래에 나오는 바람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영옥은 “나도 지금 부대끼면서 열 가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인데, 죽어서까지 바람이 돼서 여기저기 다니는 건 부산하고 힘들 것 같다”면서도 “내세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것(바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했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JTBC ‘뜨거운 싱어즈’와 KBS 2TV ‘아기싱어’가 시청자들에게 순도 100% ‘찐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노래나 춤 실력, 화려한 외모로 시선을 끌지 않는다. 진심을 담은 목소리만으로 눈물과 웃음을 주며 지친 대중의 마음을 치유한다.
지난 21일 2회까지 방송된 ‘뜨거운 씽어즈’는 김영옥을 주축으로 나문희, 이병준, 김광규, 장현성 등 15명이 합창단을 꾸려 무대에 서는 과정을 그린다. 평균 연령 56.3세인 이들은 노래와 함께 인생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첫방송에서 김영옥과 나문희가 자신들의 인생을 옮긴 것같은 무대를 선보인 데 이어 2회에선 배우 이서환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무명시절을 떠올리며 부른 ‘오르막길’과 최대철의 ‘그것만이 내 세상’, 배우 우미화가 연기 인생 25년을 함께 했던 동료들을 생각하며 부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등이 감동을 이끌어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신영광 PD는 “우리 합창단은 균등한 실력을 가진 다른 합창단과 달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꼰대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진짜 어른, 좋은 어른들의 진정성이 가득한 도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아기싱어’는 올해 100번째 어린이날을 앞두고 옛 동요의 아름다움을 계승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든다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유치원 콘셉트로 김숙과 문세윤이 원장 선생님, 정재형·장윤주·이석훈· 기리보이·이무진이 선생님 겸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들은 전국에서 선발된 14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동요를 제작한다.
아이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돌발행동으로 어른들을 당황시킨다. 가사 틀리기는 부지기수, 나이답지 않은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가 하면 “아빠가 집에서는 바지를 입지 않는다”는 폭로전이 이어진다. 때 묻지 않은 예쁜 목소리에 뮤지션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엄마 미소’를 짓는다.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기획 의도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뜨거운 씽어즈’의 경우 드라마 캐릭터로만 만나던 원로 배우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겐 놀라움과 신선함, 감동을 동시에 준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