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실명제’ 하루 전… 비트코인 ‘역프’ 발생

입력 2022-03-24 15:39
픽사베이 제공

암호화폐(가상화폐) 송금자 정보를 기록하는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국내 거래소에서 ‘대장화폐’ 비트코인 가격과 해외 매매가의 괴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일부 거래소에선 해외보다 낮은 매매가가 형성됐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은 24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25일부터 트래블룰이 시행된다”며 “거래소의 트래블룰 시스템 간 연동이 4월 2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 불편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도권 금융에서 트래블룰은 송금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자금의 이동을 기록해 ‘돈 세탁’을 방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은행 간 이체 정보를 기록하게 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트래블룰은 25일부터 시행된다. ‘코인 실명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상당수는 트래블룰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다. 문제는 다른 시스템을 장착한 탓에 일부 거래소 간 송금이 당분간 제한될 수 있다.

업비트는 모기업 두나무의 자회사 람다256에서 개발된 ‘베리파이파스프’(VerifyVASP·VV), 빗썸·코인원·코빗은 공동 개발한 ‘코드’(CODE)를 각각 트래블룰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시스템 간 연동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특정 거래소에 보관하는 가상화폐를 옮길 방법은 존재한다.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옮긴 뒤 다른 거래소로 보내는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원활한 가상화폐 송금을 위해서는 앞으로 1개월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거래소 간 이동은 자유롭다.

가상화폐의 국내 매매가는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하락했다. 국제 시세는 상승했지만, 가격의 괴리가 사라진 쪽에 가깝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한때 10% 이상 비싼 가격에 매매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김프)’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일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매매가는 해외보다 낮게 표시되고 있다. 이른바 ’역프리미엄(역프)’ 현상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10분 현재 업비트와 빗썸에서 5230만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국제 시세를 반영한 비트코인 가격은 4만3030달러(약 5247만원)다. 국내에서 오히려 10~2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셈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